[올바른 교육칼럼] 고자질을 잘 하는 아이

형제자매간의 갈등은 물론, 누군가의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까지 일일이 고자질하는 아이가 있습니다. 이 때문에 스트레스를 호소하시는 학부모님들이 계신데요, 흔히 ‘고자질’은 부정적 용어로 인식돼 있습니다. ‘남의 잘못이나 비밀을 일러바치는 짓’으로 국어사전에 나와 있듯이, ‘고자(告者)질’은 ‘알려주는 사람 또는 일’에 부정적 의미가 강한 ‘질’이라는 접미사가 붙어서 고자질하는 사람은 부정적 행위를 한 사람으로 취급되곤 합니다.

하지만 시민사회로 나아갈수록 불법적인 행위나 부정한 사람을 고발하는 것을 ‘시민제보’라는 말로 권장하고 있습니다. 그럼 고자질과 시민제보는 어떤 차이가 나기에, 고자질을 잘못된 행동으로 보게 된 것일까요?

이는 아직도 우리사회에 남아 있는 일제의 잔재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독립운동을 하거나 애국활동을 하는 일을 불법으로 간주하고 밀고하도록 권장했던 일제 식민지시대에서 고자(告者)는 의식 있는 사람에겐 곧 고자질로 비춰질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이러한 의식이 아직도 고자질을 부정적 의미의 말로 남아 있게 한 것입니다.

고자질의 ‘이유’부터 살펴보라

가정이나 학교에서 아이들이 부모나 선생님에게 고자질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자질의 내용도 사소한 것에서부터 깜짝 놀랄 만한 일까지 다양하며, 그 이유도 각양각색 입니다. 그럼 어린이들이 하는 고자질을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1] “엄마, 동생이 3시간째 컴퓨터 게임하고 있어요.”

[2] “아빠, 형아가 저 막 때렸어요.”

[3] “선생님, 옆 짝 00가 청소 안 하고 도망갔어요.”

[4] “선생님, 00가 수업시간에 핸드폰으로 문자 보내요.”

[5]  “선생님, 00가 점심시간에 체육관 뒤에서 담배 피워요.”

이처럼 고자질 내용이 다르듯이 고자질하는 이유도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고자질하는 아이의 정확한 의도를 먼저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1]처럼 동생의 컴퓨터 게임을 고자질하는 경우, 부모의 사랑이 어린 동생으로 옮겨짐으로써 애정결핍에 따른 견제심리에서 나온 것인지, 자신도 컴퓨터 게임을 하고 싶지만 참고 있는데 동생이 재밌게 게임을 하는 것을 보니 배가 아파서인지 알아봐야 합니다. 애정결핍이라고 판단되면 동생의 잘못을 지적하기보다 본인이 사랑받고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게 중요합니다. 또 해선 안 되지만, 동생의 행동이 부럽고 배가 아파서 고자질했다면 “그래, 형인 너는 하고 싶은 컴퓨터 게임을 정해진 시간 외에는 하지 않다니 대단하구나. 동생에게 배우라고 해야 겠는걸. 아마 동생은 아직 어려서 그런가본데, 엄마가 잘 타일러야겠다. 너도 컴퓨터 게임 중독의 위험성을 동생에게 알려주렴.” 하고 형의 행동을 칭찬하고 동생과 더불어 갈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이 좋습니다.

 [2]의 경우, 자신의 힘으론 형의 폭력에 저항할 수 없는 절박감에서 나온 것이라면 별도의 장소에서 형의 행동을 지적하고 고쳐줄 필요가 있습니다. 이때 동생에겐 고자질이 부정적인 행동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해주어야 합니다. 만약 형제간의 폭력행동에 대한 고자질을 무시하거나 비난한다면 형은 약자에 대한 폭력이 용인되는 것으로 오판할 수 있으며, 동생은 폭력에 무기력해질 수 있습니다. 간혹 형제가 싸우고는 형이 일방적으로 이유 없이 때렸다고 고자질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경우는 형과 동생 양쪽 의견을 공평하게 들어야 합니다.

  [3] [4] [5]의 경우도 개인적 미움 때문인지, 준법정신에서 나온 것인지, 진정으로 친구의 앞날을 위해선지 아니면 선생님께 인정받기 위해 고자질하는 것인지 그 이유를 먼저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개인적 미움 때문이라면 둘 사이가 친밀해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줘야 하며, 준법정신이나 친구를 위한 마음 때문이라면 고자질 행동에 죄책감이 들지 않도록 충분히 설명하고 다독거려줘야 합니다.

사랑받기 위한 고자질엔 ‘관심’이 묘약

문제는 관심이나 인정을 받기 위해 지극히 사소한 일까지 고자질하는 경우인데, 고자질의 목적이 선생님이나 부모님의 사랑이므로 고자질을 무시하거나, 액면 그대로 다 받아들여선 안 됩니다. 고자질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부모님이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다른 방법으로도 인정을 받을 수 있음을 알려줘야 합니다. 아울러 “다른 아이가 너에 대해 이런 말을 하면….” 하는 식으로 ‘역지사지’의 방법으로 스스로 고자질 당하면 기분이 나쁘다는 인식을 갖도록 지도해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고자질’이 ‘자기이익 극대화’를 위해 다른 사람의 허물을 지적하는 경우라면, 고자질 외에 다른 방법을 알려줌으로써 스스로 고자질을 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하지만 공동체의 규칙 준수 때문이거나, 약자로서 자신의 억울함을 해결하기 위해서 또는 개인적 신념에 따라 공정사회를 위한 의도에서 한 행위라면 무조건 고자질이 나쁘다는 인식을 심어주어선 안 될 것입니다.